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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3플레이어(MP3P)에 이어 셋톱박스 업계도 특허권 침해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전망이다.
최근 K사ㆍT사 등 5∼6개 국내 셋톱박스 업체가 이탈리아의 시스벨사로부터 자사의 `MPEG1 레이어3' 표준에 관한 특허를 침해하고 있다며, 특허 계약을 맺고 로열티를 내지 않을 경우 판매금지 가처분신청 등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문서통보를 받은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시스벨사는 미국 오디오엠팩사와 함께 수십 여 개의 `MPEG1 레이어3' 오디오압축 관련특허를 확보하고 있는 업체로, 서로 공조하면서 각각 유럽과 북미에서 특허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은 이 달 초 특허권 계약 요구가 수용되지 않은 국내 3개 MP3P업체의 유럽 수출 물량을 독일 세관에 통관 보류를 요청, 압류시키는 등 파상 공세를 펴고 있다.
이처럼 시스벨 측이 MP3P업체들에 대한 직접적인 실력행사에 나섬에 따라, 국내 셋톱박스업계 역시 조만간 동일한 특허 공세를 받을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돌입했다. 국내 셋톱박스업계는 전체 매출 중 수출 비중이 각 업체별로 적게는 60%에서 많게는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유럽 시장이 전체 수출의 60%를 상회한다.
시스벨 측은 한국 업체들이 생산ㆍ수출하는 MP3 재생 및 HDD를 내장한 PVR(퍼스널 비디오리코더) 기능의 컨버전스 셋톱박스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맥스 등 일부 대형 업체들은 이미 시스벨 측과 특허계약을 체결한 상태지만, 최근 들어 자체 브랜드 수출을 시작한 중소 업체들의 경우 시스벨로부터 일방적인 통보만 받았을 뿐, 자신들이 해당 특허를 실제로 침해했는지 여부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다.
시스벨로부터 특허권 체결 요구를 받은 한 업체 관계자는 "MP3P업계처럼 유럽 시장에 통관보류 공세가 시작될 경우, 주 수출 시장이 유럽인만큼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해외 특허분쟁에 관한 경험이 없다보니 체계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같은 해외 특허분쟁의 경우 정부산하기관이 운영하는 협회 등을 통해 사례 수집과 변리사 소개 등을 지원 받을 수 있으나, 정부가 직접 나설 경우 통상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있어 적극적인 민관 공조체제 확립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셋톱박스 업계 한 관계자는 "셋톱박스 업계는 물론 IT 전 분야에서 MPEG 데이터 압축 및 재생 등을 기반으로 한 컨버전스 제품이 추세가 되고 있는 만큼, 국내업체를 표적으로 한 이같은 특허분쟁 사례는 더욱 더 늘어날 것"이라며 "수출 주력 산업 보호를 위해서라도 합법적인 영역 내에서 체계적인 정보공유의 장과 특허 풀 등을 마련하고 공동 대응할 수 있는 다각적인 체계가 마련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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