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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자업체들이 외국업체들로부터 제기된 특허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국제특허분쟁이 ‘무자비’해지는 경향을 띠고 있어, 기업들의 적극적인 대응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1일 산업자원부와 관련업체들에 따르면 올들어 국내 업체들중 국제특허분쟁을 치르거나 현재 진행중인 사례는 수십여건에 이르고 있으며 해마다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국제특허분쟁은 기업의 생존에 영향을 줄 만큼 위협적이라는 게 공통된 인식이다.
전자산업진흥회는 국내외 사례를 분석해 발간한 ‘국제특허분쟁 대응표준 매뉴얼’을 통해 특허 로열티 요구액과 손해배상액이 기업경영을 위태롭게 할 정도로 고액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특허료가 제품판매이익의 몇 퍼센트라는 개념이었으나 최근에는 천문학적 규모라는 것이다.
이 분석집은 특허권을 둘러싸고 기업뿐 아니라 개인발명가들까지 침해소송을 무차별 제기할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액화 되고 있는 손해배상액과 잦은 특허소송 승소 판례에 자극받은 개인발명가들이 특허브로커를 통해 공격적인 특허소송을 내기도 한다. 미국 개인발명가인 레멜슨이 수백개의 특허로 10억달러 이상의 로열티 수입을 올린 것은 유명한 사례다.
이들은 제조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피소자측이 특허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반대소송이나 교차특허 허용(크로스라이센스) 등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협상에서도 기업간 분쟁과는 달리 관례에서 벗어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전자산업진흥회 특허분쟁대응 전담팀 관계자는 “특허권 매입후 관련기업으로부터 로열티를 받아내는 특허사냥꾼들이 등장하고 있어 특허분쟁이 양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세계적인 선진기업들중에는 경쟁기업의 시장진입을 저지하거나 퇴출시키는 수단으로 특허분쟁을 활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인텔이 자사의 전략제품인 MPU(초소형 연산처리장치)에 대한 특허로 경쟁사의 사업참여 기회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선진기업들은 뿐만 아니라 ‘특허 카르텔’을 형성해 후발기업의 진출을 막기도 한다. 원천특허를 보유한 기존 업체들이 크로스 라이센싱으로 타사 특허를 사용하면서 후발기업에 대해 진입장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칼라잉크젯 시장에서 HP 엡손 캐논 제록스 렉스마크 등이 보유한 관련 특허는 모두 7000여개. 신규진입을 원하는 후발업체는 이 특허를 피해가야 하기 때문에 독자브랜드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내업체를 괴롭히는 국제특허분쟁의 두드러진 경향중 하나는 해외업체들이 세관압류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국내 대표적인 PDP패널업체인 S사가 일본 후지쯔사와의 특허분쟁으로 도쿄세관에서 제품을 압류당한 사례나, 국내 가전3사중 하나인 D사가 일본 후나이로부터 특허침해 소송을 당하면서 오사카 세관에서 VCR 제품을 압류당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과 유럽연합은 각각 2003년, 1999년 자국내 관세법을 개정해 과거 상표권이나 저작권에만 인정되던 세관 통관보류제도를 특허권 침해에까지 확대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특허권 보호를 강화시키면서 이를 무기로 자국기업의 경영악화나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려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미국에선 소송비용이 막대하고 피소자 부담이 크면서 특허권자의 승소율이 높아 특허권자의 의도대로 협상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최근 일본기업에 의한 제소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한국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국내시장 개방과 관련 한국시장 진출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전자산업진흥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경우 수동적인 대응으로 신기술에 의한 제품개발시 세계 각국의 특허 출원동향을 사전에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와 함께 능동적으로 자신의 특허를 침해하고 있는 업체가 없는지 확인하고 로열티를 받아내려는 자세도 동시에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산자부와 전자산업진흥회는 특허분쟁 대응 및 예방을 위한 표준 매뉴얼을 만들어 기업을 대상으로 발표회를 가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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