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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제약사들이 국내 제약사를 상대로 제기한 의약품 관련 특허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 무리한 소송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세계적인 제약사들은 후발 제약사들의 시장진출을 막고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국내사들이 개발한 독자적인 제제화 기술에 대해서까지 특허침해금지청구소송 및 가처분신청을 제기하고 있다.
시장지배력이 약한 후발 제약사들의 경우 소송 자체만으로도 신뢰도가 추락해 해외 수출 협상이 미뤄지는 등 큰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다국적 제약기업인 노바티스가 종근당을 상대로 제기한 장기이식면역억제제 ‘사이폴-엔’(성분명 사이클로스포린)의 ‘제제특허침해금지청구소송’을 들 수 있다.
사이클로스포린은 노바티스가 국제특허를 보유한 물질로, 종근당측이 새로운 제제기술을 이용해 97년부터 ‘사이폴-엔’이라는 연질캅셀을 개발·판매하자 노바티스가 자사 제품인 ‘산디문뉴오랄’(성분명 사이클로스포린)의 제제특허를 침해했다며 99년 8월 소송을 내면서 비롯됐다.
그러나 이 소송은 1심(2001년 11월)과 2심(2004년 1월)에서 원고(노바티스) 패소판결이 내려진데 이어 대법원도 최근 기각결정을 내림으로써 5년여간의 지리한 법정공방은 종근당측의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법원의 이같은 판결은 사이클로스포린의 제제화 기술에 대한 종근당의 독자기술을 인정해 준 것으로, 앞으로 ‘사이폴-엔’의 국내외 시장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새로운 경쟁품이 등장함으로써 평생 이 약을 복용해야하는 장기이식 환자 등 소비자들은 고가약값에 대한 부담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이클로스포린제제는 면역거부반응 때문에 약물을 한번 선택할 경우 동일성분의 다른 제품으로는 바꿀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바티스가 고가인 이 약물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영향이 크다.
법률전문가들은 이번 판결과 관련 “노바티스가 즉각적인 판매중단 효과를 볼 수 있는 가처분금지신청 대신,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본안소송을 제기한 것은 제네릭 제품의 판매방해에 목적을 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서울지방법원은 지난 3월 다국적제약사인 한국MSD가 중외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전립선비대증치료제 ‘피나스타’ 정(피나스테리드) 에 대한 물질특허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피나스테리드 성분은 다국적기업인 한국MSD가 판매하는 전립선비대증치료제 ‘프로스카’의 주성분으로, 법원은 “이 물질이 한국에 물질 특허제도가 없었던 지난 85년 제조법 특허로만 출원됐기 때문에 물질특허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는 중외제약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밖에도 현재 다국적제약사와 국내 토종사간에 전개되고 있는 특허관련 분쟁은 10여건에 이른다.
특허만료가 임박했거나 종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해 국내제약사들이 새로운 제법의 카피약을 개발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으로, 무제한 특허권을 주장하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횡포에 맞서겠다는 것이 토종사들의 입장이다.
■사이폴-엔 어떤 약인가
사이폴-엔은 장기이식수술 뒤에 나타나는 면역거부 반응을 억제하는 약으로, 지난 96년 종근당이 안정성 및 흡수율이 우수한 마이크로에멀젼 제제기술로 독자개발한 제품이다.
97년 발매한 이 제품은 발매 이후 사용환자가 매년 늘어 국내 장기이식환자 중 약 4000여명이 복용하고 있다.
특히 장기 및 골수 이식 뿐 아니라 류마티스 관절염, 자가 면역질환인 재생 불량성 빈혈, 신증후군, 건선 등에 대해서도 임상시험을 통해 유효성 및 안전성을 입증 받아 국내에서 가장 넓은 적응증을 확보하고 있다.
종근당은 이 제품의 원료인 사이클로스포린에 대해 지난 9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원료의약품등록자료(MF)를 제출한 바 있고, 균주특허, 원료제조특허, 조성물특허는 한국, 미국 등 전세계 주요국에 등록되어 있다.
현재 이 제제의 전세계 시장규모는 연간 약 2조9000억원, 국내 시장규모는 연간 약 300억원으로, 노바티스가 독점적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종근당은 약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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